모든 고등학생의 목표는 서울대라고 했던가? 나도 고등학교때는 서울대를 가고 싶었다.
결론부터 쓰자면 지방 3류 전문대에 들어갔다.
변명을 하자면 가정형편이 별로 좋지 않았고(과외X, 학원X, 학습지X) 90년대 후반에는 인터넷이 막 개통되던 시기라서 EBS방송 같이 학습에 도움을 주는 매체도 없었다.
우리 누나는 친구와 함께 학교 쓰레기장에 가서 졸업한 선배들이 버린 학습지를 줏어서 공부했다. 그 학습지 이름은 '블랙박스' 였는데 '케이스'와 함께 나름 인지도가 있었던 학습지로 기억한다. 나는 누나가 그렇게 공부한 학습지를 물려받아서 공부했다. 옛날 학습지라서 그런지 내용이 교과서와 조금 달라서 불편했지만 공통과학 서브노트는 무척이나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때 집안 사정으로 집이 없어져 버렸다.
길바닥에 나 앉게 생겼는데 다행히 친구 자취방 옆에 빈방이 생겨서 원룸으로 이사와서 살 수 있었다.
친구가 한번 놀러왔는데 좋다고 한 기억이 있다.
"TV도 있고 있을거 다 있네? 진~짜~ 자취방 좋다"
사실은 자취방이 아니라 우리 집이었는데...그렇게 마음의 상처를 받은 기억이 있다.
언젠가 중학교 동창 친구가 공통과학 등가속도 물리문제를 물어봤는데 중학교때 과학을 잘하던 나였지만 고등학교 와선 공부를 안하고 있었기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다.
너무 자존심이 상해서 집에 와서 며칠간 고민하면서 등가속도 파트를 쭉 공부 하여 대부분의 문제를 다 풀 수 있게 되었다. 이후 물리에 관심이 많이생겨 물리공부만 하다보니 다른과목엔 소홀하게 되었다.
그당시 난 물리경시대회에 관심이 많았는데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그냥 혼자 문제집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공부해서 시 경시대회 나가서 입상 하고 도 경시대회도 나갔었다. 나에게 있어선 큰 도전이었고 즐거웠고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다른 과목 까지 다 잘할 자신이 없었기에 하나라도 잘 하고 싶었다. 그래서 물리,수학을 제외한 다른 과목은 1도 공부하지 않았고 모의고사 성적은 수학, 과학을 제외하면 바닥수준. 그냥 아는게 전혀 없었다.
그래도 모의고사 보면 항상 자연계 상위 30%정도는 나왔는데 충남대학교 자연대 커트라인 정도의 점수였다. (그당시엔 자연계도 언어120점, 수학80점, 과학72점, 사회48점, 영어80점 = 400점 으로 수학,과학을 아무리 잘 해도 언어,사회,영어에서 죽을 써버리면 노답인 시대였었다.)
정작 수능에선 자연계 상위 50%를 맞아버렸다. 그당시 물리박사가 내 별명이었는데 반 친구들은 나를 볼 때 마다 "물리는 다 맞았어?" 라고 물었던 기억이 있고... 나는 당당하게 "물리는 다 맞았지" 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내내 수학,물리만 공부하고 있으니 좀 별난 친구로 인식되어 있을 것 이다.(이상하게 담임선생님도 특별히 나의 성적이나 공부에 대해서 태클을 안거셨다. 분명히 다른 과목은 전혀 공부 안하는거 알고 계셨을텐데...)
2년 연속 미달이었던 서울시립대 물리학과를 특차로 썼지만 나때만 10:1의 역대급 경쟁률이 나오면서 떨어져 버렸다.(그당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특차는 수능에서 수학, 과학 둘 다 만점 받으면 100% 합격할 수 있는 전형이었는데 수학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2개 해버리고 1문제를 못푸는 바람에 떨어졌다.)
서울시립대를 시작으로 이후 충남대, 한밭대, 대전기능대(현, 한국폴리텍 대학)에 전부 떨어지는 기염을 토한다.(충남대는 믿거나말거나 예비번호 400번대, 한밭대, 대전기능대(전문대)는 후보에도 없었다.
그 당시 나의 충격은 말로 다 할 수 없을정도.
정말로 이렇게 혼잣말을 했다.
"아니.. 무슨 전문대가 날 떨어트려? 어이가 없네..."
목원대 광전자물리학과에는 합격했었는데 사립대여서 가정형편상 갈 환경도 안되고 해서 포기.(BMW포기)
그래서 등록금 저렴한 어떤 처음듣는 전문대의 컴퓨터정보 계열로 입학하게 된다.
그럼에도 가정형편상 등록금 낼 돈이 없어서 아버지의 아는 분이 대출 보증을 서줘서 내 등록금을 마련했다.(그 당시엔 한국장학재단이 없었다.)
그렇게 서울대 물리학과를 가고 싶었던 물리에 열정있던 고등학생은 처음듣는 지방 전문대에 입학하게 된다.
그 당시 내 심정을 잘 표현해주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있다.
이후편(전문대 생활): https://vecto.tistory.com/4
전문대 1학년 생활 썰
물리학과에 진학하고 싶었던 나는 공부를 못해서 결국 전문대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이전편 참고(https://vecto.tistory.com/3) 비록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첫 수업 부터 우연히 친구를 사귀게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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